​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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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일동, 일동주민자치회

 

“마을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Q. 안산과 일동에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 게 되었나요?

한양대 에리카를 89년도에 다니면서 안산에 연을 맺고 일동에 쭉 살아온 지 20년 되었어요. 거의 토박이죠. 일동은 결혼하고 살다가 첫애가 5살 때인 20대쯤에 왔어요. 아이 키우면서 좋은 환경에 집값도 싸고 자연환경도 좋고, 지금은 퇴색됐지만 이사 온 5월쯤에 아카시아 향이 참 좋아서 여기 계속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동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사는 이유는 다른 동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가 있으니 다른 동은 별로 생각 안 해 봤어요. 그래서 일동 안에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Q.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계시나요?

시작은 마을 계획단, 주민 자치위원회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가서도 거기 내용이 뭘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회활동에서 경험했던 거랑 너무 다른 거예요. 평소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얘기하지만 그게 직접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안에서 이걸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도 잘 모르고 열심히 참여하면서도 1~2년 그냥 보냈죠. 그러다 제가 주민자치위원회 기획분과장을 하면서 축제를 진행하게 됐는데 마을 안에 많은 모임을 연결해서 축제라는 장을 만들었을 때 무척 뿌듯하면서 같이 했던 주민분들과의 관계도 끈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들 중심으로 해서 2016년도에 마을계획을 잘 세웠는데 계획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것들이 실행되어 가면서 이 안에서 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처음 마을계획추진단에 들어가서 마을계획을 세워나갈 때는 잘 몰랐어요. 일동의 주민들에게 이런 고민이 있고 같이 하는 것의 가치는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일동이 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 받고 그 성과들을 우리들이 직접 정리하면서 ‘우리의 활동들이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공유하지?’라며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2018년에 한창 활발하게 마을계획에 기반해서 활동 중 노란풍선 캠페인을 아침 7시 나와서 밤 10시 들어가는 일이 허다했는데, 즐거워서 한다지만 ‘언제까지 주민들이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이 활동을 사람이 바뀌어도 계속 이어갈 때 ‘무엇을 남겨야 하나?’라고 했을 때 ‘마을에서 하는 일이 봉사와 헌신이 아니라 마을을 바꾸는 일인데 일자리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마을 활동들이 마을 일자리로 바뀌는 플랫폼으로써 퍼즐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 해서 2018년 10월에 만들었고 행정안전부에 마을기업으로 인정을 받아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퍼즐 연구소에서는 소장이라고 불리지만 협동조합 안에서 상임이사 역할을 하고 있어요.

Q.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주민으로 살고자 결심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참여해야 일동의 주민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민으로서 같이 살아가야겠다.’라는 계기가 있었는데 아이들과 20년을 살아오다 보니 작은애는 여기서 태어났고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이곳에서 나왔고 일동에 학교가 적다 보니 동네 친구들이 다 동창인 거예요. 큰 애는 심지어 동네 친구랑 더 어울리고 고향같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어딜 가야겠다는 계획은 없어서 주체적인 주민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디로 결합을 해볼지 고민했죠.
     그런데 일동에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참여라고 하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미 활동력이 있지만, 마을에서 뭔가를 하려고 할 때는 낯설고, 연결고리들을 찾기 힘들었던 거 같아요.
     40대로 넘어가면서부터 6개월 정도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6개월 동안은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도 주민 네트워크가 잘되어있는 일동에서는 놀아도 그냥 노는 게 아니고 울타리너머와도 계속 관계를 맺고 있었죠. 그런 계기로 마을에서 역할들을 찾아가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찾았던 게 주민자치위원회예요. 그리고 그 시기에 2016 마을계획추진단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그래, 저거다’라고 생각해서 그때 추진단 간사였던 김영은(시냇물) 선생님과 추진단을 결합하고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폭넓게 했던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에서는 마을계획을 세우고 그걸 통해서 주민협의회를 구성했던 과정, 첫 단추를 잘 끼웠죠. 마을계획을 하면서 흩어져 있던 활동들이 각각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모이게 하고 확장을 했어요. 그런 활동들로 주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그게 왜 마을계획이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명분도 있거든요. 3,000명 주민이 모여서 나온 고민이고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 우리의 명분이 되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마을정원 조성을 보면 일동에서 마을환경 중 녹지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어요. 공원이 일동의 가장 큰 자원이지만 다세대 빌라 지역이고 작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가게들이 많은 마을의 특성을 살려서 골목 상가를 활성화하는 게 무언지 고민한 끝에 식물원이나 녹지, 마을의 자원을 살려서 마을의 브랜드로 특화되면 됐으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러던 차에 경기도 마을정원 공모를 알게 되고 맨땅에 헤딩하듯 전문가를 찾아 수소문했죠. 정원문화박람회가 마침 안산에서 열렸고 박람회를 준비했던 팀이 괜찮은 전문가라고 들어서 무모하지만, 사업 계획서를 쓰려고 찾아갔어요. 업체 선정권도 우리에게 없는데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서 정원 사업을 할 수 있었어요.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디자인도 멋지게 만들고 주민들이 참여해서 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시의 공공근로로 하는 것이냐고 하더라고요. 3년 차가 되면서 일단 환경이 바뀌니까 꽃길 옆에 쓰레기 버리는 게 줄었어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분양을 하다 보니까 주민들 스스로 소속감을 느끼더라고요. 이 마을에 산다고 해서 주민이 아니라, 가까운 누군가가 있든지 흔적이 있든지 해야 소속감이 있는 건데 정원을 통해서 생겼어요. 정원사분들이 모여서 물을 주고, 관리하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관심 갖게 되고 상점가 앞에 화단들을 만들어가고 처음보다 다세대 빌라 주거환경도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정원사라는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정원도 확장 시키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일동을 주민들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그림을 그릴 때 즐거움을 느껴요. 마을정원공모사업을 3년째 진행하는데 경기도와 안산시가 잘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올해도 선정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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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그동안에 내가 해왔던 일들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존에 마을에서 활동을 해온 분들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죠.
기존 마을 활동 방향의 방식을 이해하고 나를 녹여내야 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어요. 반대로 마을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것도 평범하게 했던 건데 태클 거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을 거예요. 불편한 지점이 있었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부분은 있을 테니까요.
     그런 지점 말고는 일이 너무 많은 거라고 할까요. 딱 정해진 일만 있는 게 아니고 일을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거예요. 가끔 새벽에 나와서도 행정처리 같은 일을 해야 하는 날이 있어요. 위안 삼을 때는 ‘나의 일처리 속도가 빠르므로, 이 일을 내가 하면 다른 분들이 사람들을 만날 시간은 벌겠지.’라고 생각해요. 일의 전체를 보면 즐거움인데 몸이 안 따라 줘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거죠. 어떻게 조절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어요. 우리가 퍼즐을 만들 때 ‘우리의 활동들을 기록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것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였거든요. 활동이 끝나면 어떤 형식으로든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목표를 세운 거죠. 한 사람이 하기에는 방대하므로 어떻게 담아낼지 시스템화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Q. 마을만들기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주민이 되었어요. 마을 안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과 만들어지는 관계가 있으니까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의 가치를 돌아보게 되고 미숙한 점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그 미숙함이 때로는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만 그걸 들여다봄으로 성숙해지고 성찰할 수 있는 과정을 갖게 되고 그를 통해 나은 주민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요. 단체에서 일을 하다보니까 항상 직책으로 서로를 불렀거든요. 마을에 오면서 개인적으로 작은 소망은 언니, 동생으로 불리는 이웃 관계망이 생기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런 관계의 사람도 있지만 사실 제 스스로도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요. 그렇게 동네를 다니면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고,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도 있어요. 

     또 우리 동네가 좋아지는 걸 느껴진다는 말을 들으면 저도 함께 활동했기 때문에 마치 내가 뭔가 한 거 같아서 정말 좋아요.  
     저는 아이들이 마을에서 커가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등굣길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일을 하고 다니니까 운전자의 입장으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안전한 통학로’ 하니까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그 길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노란풍선 녹색어머니, 학부모폴리스 학부모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저는 제가 엄청 문제의식이 많은 사람이고,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론적으로 단체에서 떠들기만 했더라고요. 안전한 통학로 활동을 위해 학부모와 얘기를 나눠봤는데 거의 박사들 같았어요. 문제의식도 정확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 안 다니는 데가 없을 정도로 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말로만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해결해야 한다고만 했지 해결해 본 경험이 없구나싶어요. 내 아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는 그들에 모습에서 주체를 봤고 충격이면서 바로 이런 게 주민 주체지, 뒤통수를 맞은 거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이렇게 살고자 해요.



Q. 나의 활동으로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내가 뭘 해서 변화한 게 아니라 그 변화 속에 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요즘 들어 자주 듣는 말이 있는데 "뭔지 모르겠는데 일동이 살기 좋아진 거 같아. 계속 살고 싶어."라는 거예요. 어떨 때는 몸이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이런 말 들으면 힘이 나요. 또 그런 분들은 피드백도 좋아요. 그러면 그 분들하고 같이 할 것을 찾는 게 퍼즐의 재미에요. 퍼즐은 놀 거리를 찾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주민들의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상상력을 다채롭게 만드는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거든요.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 때, 마을과 연계가 안 되던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직접 의견을 보내셨어요. 아이들이 들어오는 길이 엄청 복잡한데 등교 시간만이라도 보완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길지 않은 그 길에 빌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하고 아이들이 등하교 길을 할 수 있는 레드카펫처럼 빨간 길을 표시 했고 아이들이 등교하는 아침 8시에 주차된 차를 좀 빼주라는 동의를 다 받은 거예요. 그리고 아침마다 캠페인을 했고 이러한 노력에 교장선생님이 감동 받았어요. 그 뒤로는 마을이 뭔가를 얘기하면 뭐든지 동의를 해주세요. 그리고 먼저 시험을 보지 않는 중학교 1학년 수업시간에 마을자치 활동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오셨어요. 그리고 올해 총회를 진행하는데 주민총회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님들께 배부해주셨어요. 처음에 작게 시작했지만 같이 하면서 이 사람이 같이 할 사람이라는 신뢰가 생겨났고, 그 파장은 엄청 커지는 거죠. 그 재미가 일동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요. 마을에 사는 이유가 환경이나 저렴한 집값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 이웃관계가 이어져야 되는 거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코로나가 공동체 안에 영향을 줬어요. 만나지도 못하고 위기감을 느끼고 마을 안에서 봉쇄가 ‘안전을 지키는 게 맞나? 그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어야 바람직하지? 우리는 어떻게 또 공동체는 어떻게 나가야 하는 거지?’라는 고민이 있어요.
     그래서 주민 간에 네트워크를 강화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이어줄 수 있는 활동 공감을 만들어야 해서 안산대학교 의료사업이나 지역자원들을 연계해서 자원들을 모색하다가 퍼즐에서 건강 사랑 활동을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게 된 거죠. 일상적으로 안부를 챙기고 안전건강을 챙기는 그런 고민들을 퍼즐이 하고 있어요.
     타임뱅크(time bank)라는 걸 하고 있어요. 자원봉사 시간을 적립해 주는 거예요. 한 시간 서비스 받으면 그 시간을 봉사자에게 주는 거죠. 활동비가 아니라 톡톡을 쌓는 건데 다음번에 내가 봉사를 요청할 수 있는 시간을 적립하게 되는 거죠. 만약에 일이 생겨서 우리 애 봐줄 사람이 없을 때 옆집에 요청할 수도 있지만 지역 화폐 활용하는 것처럼 시간 화폐의 개념으로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거예요.
     마을에서 살아가는 게 희생과 봉사로 헌신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한다 라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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