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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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안산동, 온새미로

“저는 마을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단지 나의 수고로움 덕에

편안한 마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안산과 안산동에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게 되었나요?

1996년 11월에 결혼하면서 안산동 노리울이라는 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결혼 전 안산으로 직장을 다닐 때 산업도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했는데 도로 양옆으로 대관령의 초원 같은 곳이 있었어요. 사계절이 모두 너무 예쁜 곳이었지요. 너무 좋아 보여서 늘 저런 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곳이 바로 노리울 시댁이었어 요. 무척 익숙하고 포근한 동네였어요. 2000년에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댁에서 분가하여 같은 동 이웃 동네 수암동으로 이사를 나와 쭉 살고 있어요. 그때 당시 수암동은 옛 건물인 단독주택을 허물고 신축 빌라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였어요. 새로 분양받은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받듯이 기대하고 왔지요. 노리울은 모두가 시어머니, 시아버님들이셨는데 이곳은 젊은 새댁들이 많았고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서로 애도 봐주고, 먹을 것들도 나눠 먹고, 네 일, 내 일 할 것 없이 도와가며 시골에서 품앗이하듯이 지냈어요. 아이들이 크고 나니 그때가 제일 재미있게 지낸 시간이에요.

 


Q.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나요?

2012년 안산시 자원봉사센터에서 각 동별로 거점센터를 만들었는데 제가 안산동을 담당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마을 활동으로 온새미로 대표를 맡고 있어요.

     마을에서 하는 활동을 큰 틀에서 보면 두 가지인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일이 굉장히 많아요. 아마 마을 활동하시는 분들은 다 그러실 거예요. 온새미로는 특이하게 안산초등학교 학부모회 어머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가 학부모회 임원일 때 ‘생태지원단’이라는 기능별 단체를 만들어 첫 시작은 텃논, 텃밭 중심의 활동에서 이후 1년의 연수 과정을 통해 ‘숲속 놀이터’로 이름을 바꾸고 수암봉 숲 체험 전담 교사의 역할을 하면서 마을의 역사와 생태를 알게 되면서 마을로 확대 해보고자 ‘온새미로’라는 이름으로 마을로 나오게 되었지요. 온새미로를 마을에 홍보해 주는 역할을 하자 라는 생각으로 함께 활동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온새미로 안에서 대표로 공모사 업도 진행하게 되었고 생태 활동과 우리 마을에 역사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이런 공동체가 우리 마을에는 없었으니, 온새미로를 계속 알리면서 동과 연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Q. 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마을 활동을 시작하기 전, 안산초등학교 안에서 학교 활동이 시작이었어요. 혁신학교가 되면서 특화 활동으 로 ‘책나래’, ‘생태지원단’이란 기능별 단체를 운영하는 학부모회 운영비를 경기도 교육청 마을 교육공동체에서 공모사업으로 받아 공동체에 관련된 책도 읽고 마을에서의 교육을 어떻게 열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오게 되었어요. 특히 '숲속 놀이터' 멤버들은 엄청난 공부를 하며 이어오고 있는데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연계가 끊어지니 그동안 배운 능력이 아깝잖아요. 온새미로가 만들어지게 되면서, 마을에서 숲속 놀이터 활동을 지속할 수 있 을 것 같았어요. 안산동은 근거리에 중학교가 한 곳이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안산초를 졸업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안산중으로 진학을 해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숲속 활동이 연계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지요.

     저는 큰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마을에 봉사할 곳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라 둘째 아이가 중학교 갈 때 마침 거점센터를 맡게 되어 청소년들과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기관에 가야만 봉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마을 어른이나 아이들이 봉사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어요. 저 또한 내가 하는 활동이 봉사라고 하기엔 좀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마을 청소를 함께하면 아이들에게 봉사 시간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점센터를 자청하고 장소도 없이 가져왔지요.

     온새미로 공동체 활동을 할 때 청소년들은 일부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는데 두 단체가 연계되는 활동을 할 땐 이게 봉사활동인지 온새미로 활동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활동 속에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더불어 봉사활동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마을 활동을 하는 거창한 가치관은 아니지만, 그저 우리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나고 자라는 데 조금 나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 마을 안에서 놀거리, 볼거리가 없고 소외되고 고립되어 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양한 것들을 “우리가 하자!”에서 시작된 활동이랍니다.

     ‘내가 조금 더 시간 내서 하지 뭐!’에서 시작된 봉사 활동이었고, 온새미로를 하다 보니 생태와 역사가 공존하고 함께하는 안전한 마을을 만들고 싶은 게 우리 마을사업 모토가 되었어요. 제일 먼저 생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엄마들이고, 생태를 알고 보니 역사를 알 게 되었고, 역사를 알고 보니 우리가 사는 마을에 대한 애착이 더욱 생겼지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기의 어릴 적 마을 이야기를 하며 추억거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마을벽화를 함께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3.1 비석거리 앞이 중학생 등하굣길이에요. 예전엔 어둡고, 습하고, 햇빛도 안 들어오는 길을 아이들과 정화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담장 넘어 늘어진 나무들 때문에 벌레가 너무 많아 지나다니는 게 무척 불편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럼 우리가 그림을 그려 볼까 해서 경기도 자원봉사센터에 마을벽화에 대한 공모사업을 냈는데 그게 된 거예요. 급하게 결정이 되는 바람에 경황이 없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아이들이랑 함께 했어요.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두 달 동안 아이들과 정말 즐거웠지요.

     벽화를 그리고 나니 다니시는 주민들도 길이 밝아져 좋아하시고, 애들도 자기가 참여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며 벽에 낙서도 안 하고, 쓰레기도 직접 줍기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활동을 하고 나서 다시 공모사업을 받아서 안산초등학교 등굣길에도 2차, 3차의 벽화를 그렸지요. 그 길은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늘 주차가 되어 있고 큰 트럭들이 많이 있어서 많이 위험했어요. 청소년, 주민 선생님들의 참여로 벽화길이 완성 되며 원하던 차선이 반대쪽으로 옮겨가고, 둘레길이 만들어졌지요. 벽화를 작업하던 3개월 동안은 우리 다 섯 식구도 내내 담장에 매달려 있었어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도 정말 좋았던 추억이에요. 그때 함께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청년이 되었는데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300여 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면서, ‘이런 것이 정말 공동체 활동이구나.’하고 많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2017년도에 자원봉사 활동이 10년쯤 되어서 수암봉 봉사활동 축제로 ‘봉봉축제’를 기획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의 봉사활동 사진전을 하면서 플리 마켓도 함께 진행했었어요. 그 이후로 2018년도부터는 온새미로에서 플리마켓을 주관하여 계속 진행하며, 온새미로 활동을 마을 안에 많이 알리게 되었어요. 지금은 온새미로에서 행사를 한다고 하면 학부모님들이 믿고 아이들을 보내주시는 점이 참 뿌듯해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방향이 달리 해석되었을 때가 가장 힘이 들어요. 나의 마을 활동을 모든 사람이 고운 시선으로만 봐주시는 건 아니잖아요. 처음엔 함께했던 사람들이 멀어져갈 때 속상했는데, 이제는 나로 인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밖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저도 직장을 다니면서 짬짬이 시간을 내어 활동 했던 거라 마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운영하는 과정에서 서툴고 의견이 다른 부분이 많았죠. 그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의미 있는 봉사 시간을 만들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건 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게 씨앗이 되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형태로 열심히 하고 계시니까 그 걸로 만족해요. 마을 활동을 하면서 힘들 땐 가족들의 지원과 힘이 참 커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속상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고, 엄마가 해야 우리도 할 일이 일인데, 왜 사람들 때문에 안 하려고 하는지 오히려 저에게 힘을 줘요. 그리고 잠시 집에서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다 보면 어느새 또 몸이 움직이고 있어요. 중독인가 봅니다.

Q. 마을만들기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저는 나서는 것도 안 좋아하고,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아픈 조카 아이들로 인해 학교에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활동을 하게 되었고 알음알음 알게 된 엄마들이 모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맡게 된 역할이 있다 보니 나서서 할 수밖에 없었죠. 추진력, 계획력도 없을 때니 얼 마나 엉성했을까요? 그런데 저는 마을 활동이라고 생 각하지 않았고 나의 불편함이 편함으로 바뀌면 좋겠다 고 생각한 것들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몸으로 움직였던 거였어요. 또, 다른 사람이 안가면 제가 가야하고, 내용을 아니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조금씩 적극적인 모습처럼 보이게 된 것 같은데 그게 오지랖이죠. 그 오지랖 때문에 오해받을 때면 이런 모습이 싫어요. 그런데 또 가만히 있다 보면 마을에 뭐가 바뀌었으면 좋겠고, 또 바꾸려면 어떤 공모사업을 받아 어떤 분들과 할지 생각해보면서 저도 모르게 마을을 돌아보고 다녀요.

Q. 나의 활동으로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벽화작업으로 마을이 많이 밝아지고, 플리마켓으로 마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생겼어요. 그리고 온새미로의 여러 활동을 객사에서 진행 하였어요. 문화재를 활용해서 마음껏 놀았던 것이 우리가 처음인 것 같아요. 이전에는 누구도 관아터 잔디 밭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곳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행정에서 하는 읍성 축제도 그곳을 이용 하게 되었어요. 마을이 활기차지는 것 같아요. 우리 동네 아이들도 변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설렁설렁 와서 봉사에 참여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봉사활동이 아니어도 마을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면 “선생님이 하시는 행사에요? 저희 뭐 하면 돼요? 쓰레기 주울까요?” 하면서 주변 정리를 해주곤 합니다. 그렇게 함께해주는 모습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볼 때 마음 든든해요. 제가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고, 그 아이들은 취업으로 결혼으로 떠나겠지만 언젠가 다시 마을로 돌아오겠지요. 온새미로에서 하는 활동들이,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문화가 없는 우리 마을에서 그래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마을 활동이 우리 엄마들의 힘만으로는 많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행정을 잘 알지도 못했고, 제약도 많다 보니 나도 배워야겠고, 내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요. 동행정과도 친해져야겠고, 안산시가 무엇을 하는지 자꾸 넘겨다보며 알아가야겠다고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온새미로도 계속 성장해야 하니까 새로운 역량을 가진 분들이 들어와서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온새미로가 중심축이 되어 좀 더 폭넓게 다른 단체에도 다녀보고 자치에 대한 여러 강의도 들어보고 조금 더 마을 안에서 성장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마을과 함께하는 부분에서 우리 온새미로가 더 개방적이고 열려갔으면 좋겠어요. 힘들겠지만 더 확장되기를 바라는 소망이지요.

     저는 마을 역사 홍보를 청소년들과 몸으로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봉사활동으로 이어갈 계획이에요. 역사를 이론으로 배우면 딱딱하잖아요. 그래서 청소년의 시선에서 보는 마을 이야기를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여 안산동에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마을로 변화되어 걸으면서 마음 푸근해지는 그런 마을로 만들고 싶어요. 현재 3.1 만세 운동을 펼쳤던 둘레길에 신주소로 바뀌면서 만세길 표지판이 없어졌어요. 아이들과 자원 봉사 활동으로 ‘만세길 표지판’을 직접 만들어 만세길 둘레길에 부착하는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나의 자리를 마을에서 만들고 싶어요. 마을 관리소 등 어떤 형태로든 마을 안에 남아 함께 할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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