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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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복숙

선부3동, 선부3동 주민자치위원회

“시작한다고 일이 다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되는 것도 있더라’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잘 될 수도 있을 거야’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Q. 안산과 선부3동에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게 되었나요?

안산에 오게 된 건 언니가 여기에 살고 있어서 직장생활을 안산에서 하게 되었어요. 그 후, 이곳에서 남편을 민복숙 선부3동, 선부3동 주민자치위원회 만나면서 지금까지 쭉 살고 있어요. 벌써 30년쯤 되었네요. 고향에서 산 세월보다 더 긴 세월을 지내서 그런 지 이제는 여기가 고향 같아요. 제 아이들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안산에 처음 왔을 때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 어요. 뭔가 삭막하게 느껴졌고 큰 건물이라고는 라성 빌딩이 전부였어요. 반월공단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공기가 나쁠 것 같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생각보다 공원이 많아서 공기가 좋고, 익숙해지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높은 아파트들이 많아지면서 공원들이 가려져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Q.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나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5년 정도 활동하고 있어 요. 주민자치위원회 활동도 해마다 많이 달라지네요. 2018년 ‘경기도 시민참여형 마을정원만들기 프로젝트’ 공모사업을 계기로 선부3동에 마을정원 사업을 시작되었어요. 2019년에는 안산시 마을만들기 주민공모사업을 통해 마을 계획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자치 위원회를 주축으로 주민들을 포함한 선부3동 마을 조사단이 결성되었고, 그 단체 소속으로 마을 조사를 시작으로 마을 계획이 진행되었어요.

     마을 계획이란 마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마을 의제와 일감을 찾아 계획하는 과정이에요. 마을 계획 사업은 3년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되며 1단계는 마을 조사, 2단계는 마을 계획, 3단계는 마을 계획 실행으로 진행되는데, 선부3동은 2019년에 1단계인 마을 조사를 진행했어요. 마을 조사라고 해서 단순하고 일반적인 마을의 문제점만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정적인 조사로 끝나지 않도록 유관단체뿐만 아니라 주민의 참여를 독려해서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워크숍부터 진행하여, 36명이 5조로 편성되어, 마을의 구역을 나눠 ‘동네 한 바퀴’를 통한 현장 조사를 했고요. 현장 조사에서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주민인터뷰도 진행 했어요. 이렇게 마을 조사를 하여 마을 일감을 찾는 과정까지 마무리되어, 선부3동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아놓은 기반자료인 ‘2019 선부3동 마을 조사 자료집’ 을 발간하게 되었어요. 마을 조사 과정에서 나온 마을의 일감을 주민참여예산으로 제안하여 활용할 수 있 는 부분은 바로 해결되는 부분도 있었지요. 올해는 마을 조사와 주민 의견 설문조사로 찾은 마을 일감을 계획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코로나19 때문에 활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시작만 해 놓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지요.

     또한 선부3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관내 독거 어르신들께 요구르트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요구르트만 보내 드렸는데, 요구르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부는 물론이고 그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계시는지 아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었어요. 고독사 문제 때문에 시작한 사업이었으니 원래 취지에 맞게 활동해야지요. 그래서 제가 주민자치 간사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위원들에게 건의하여 현재는 매일 주민자치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안부 전화를 드리고 있어요. 60~70명 정도 되는 독거 어르신들께 하루에 2~3명씩 안부를 묻는 전화 통화를 하고, 특이점이 있을 때는 일지에 적어놓곤 합니다.

     사실은 가까운 지인께서 혼자 지내시다 돌아가셨어 요. 그래서 홀로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봉사에 더 마음이 기울어지고 통화로 끝내지 않기 위해 노력 하고 있어요. 나아가서 주민자치위원들이 직접 방문하여 말동무까지 해드리면 좋을 텐데, 아직 거기까진 못하고 있어요.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주민자치센터가 문을 닫아 아쉬워요. 오히려 지금이 안부 전화가 더 필요한 시점인데 느슨해져 가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요.

     이 외에도 선부3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관내 10개 경로당에 매달 쌀 지원 사업, 관내 어려운 중학생 멘토 활동과 물품 지원 사업도 꽤 오래 했고, 지역 아동 센터 아동들 문화 관람으로 영화 보여주기, 해마다 김장철이면 불우 이웃 돕기로 김장 지원 사업, 직접 수확한 개복숭아 효소를 만들어서 판매한 금액을 불우이웃 돕기에 후원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올해 2020년에는 ‘희망마을사업추진단’에서 공동체지원활동가로 활동하게 되어, 선부3동뿐만 아니라 조금 넓게 안산시 25개 동을 바라보며 새롭게 움직이게 되었어요.

Q. 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마을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 학원비라도 보태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찾 아 조금씩 일하던 중에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던 적이 있어요. 마음이 몹시 아파서 몸이 더 아 팠던 시기였어요.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보니, ‘자신을 위해서 살아본 게 언제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사이 제 이름조차 사라져 버렸더라고요. 누구 엄마가 제 이름이 되어 있었어요. 거기에다가 더 기가막힌 건,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어요.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기로 하고, 예전에 형편이 어려워서 하지 못했던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마음먹고, 신안산대학교 사회교육원에 가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회복지 쪽 이어서 자연스레 봉사에 관심이 갔는데, 사실 봉사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차에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주민자치센터에 프로그램을 신청하러 갔다가 안내접수대에 있는 친구를 만나 친구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3년 정도 주민자치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보니, 주민들에게 관심도 생기고 조금 더 능동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 주민자치위원회에 지원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점차 연결고리가 생겨 다양한 봉사활동을 참 많이 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거웠던 거나 뿌듯한 건 잘 관리 된 마을 정원만 봐도 내 것 같고, 쓰레기가 있으면 마음이 아프고 그래요. 그리고 동에 들락날락하면서 봉사하는 걸 아시는 주변 분들이 동네에서 불편한 점이 생기면 제게 부탁을 하세요. 부탁을 받아 민원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일은 동에 건의하고, 가능한 일이면 해결까지 이어져요. 중간 역할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그리고 희망마을사업추진단에서도 주민 자치위원으로 공모사업을 하고, 다양하게 활동했던 것 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경험을 해봤으니 주민들의 어려운 점이나 가려운 데를 긁어 줄 수 있잖아요. 아쉬웠던 부분이나 부족한 점들을 미리 찾아서 얘기해 줄 수 있어서 다행스러워요. 지금 공동체지원활동가로 제가 담당하는 단체에는 젊은 분들이 많아요. 처음 맡는 단체라 어색했었는데 지금은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관계가 잘 형성되어 서로 고마워하며 일하고 있어요.

     저에게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면 선뜻 답하지 못하겠지만, 활동했던 것들이 축적되어 다음 일을 하고 있을 때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스스로 뿌듯 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경로당에 쌀이나 생필품을 가지고 찾아뵈었을 때 좋아하시던 어르신들 모습이나, 독거 어르신께 전화 드리면 좋아서 전화를 끊지 않으려고 하시던 일, 김치 갖다 드릴 때 주소 확인을 위해 미리 연락드리면 문밖에까지 나오셔서 한참이나 기다리시던 모습 등이 너무도 생생해요.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일은 선부3동 마을 조사단으로 활동할 때인데요.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하여 사람이 너무 없어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학교와 연계하여 학부모회분들을 모았는데, 처음엔 억지로 체면상 참여를 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마을 조사를 다니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달라지시더라고요. 초반엔 힘들었지만, 마무리가 잘 돼서 너무 뿌듯했던 거 같아요. 주민들은 참여를 안 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주춤해 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 비로소 느꼈고, 이렇게 마음을 열면 다들 다가와 주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마을 조사단이 작년에 기틀 마련을 잘 한 것 같아요. 그 때 같이 활동하셨던 분들이 올해도 거의 참여해 주고 계세요. 누구보다 주민들과 함께 활동 할 수 있는 것이 마음 든든합니다.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함께 일을 시작해 놓고 마무리는 하지 않고 떠나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 그런게 가장 힘들어요. 각자 저마다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잖아요. 가령, 어떤 사람이 자신이 하던 역할을 포기해버리면, 남은 분들의 일이 두 세 배로 늘어나고 잘 모르는 분야까지 해야 하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어요. 자치위원회 이름으로 시작한 일이니 힘들어도 꼭 마무리 지으려 하는 거죠. 성격상 앞에 나서서 하는 것보다 뒤에서 돕는 게 편하지만, 제가 펼친 일을 제가 하는 건 괜찮은데, 남이 펼쳐놓은 일을 뒤늦게 처리하게 되는 건 좀 속상해요. 그래서 속으로 울기도 하면서, 이번 일만 마무리하면 이제 그만하자고 매번 생각해요. 그래도 또 막상 일을 끝내고 나면 뿌듯하죠. 대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두 명이라도 ‘저 사람이 애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준다면 그걸로 위안이 되면서 다음에도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마을 만들기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아무래도 시야가 좀 넓어진 것 같고, 마을에 애착심이 많아졌어요. 사소한 것들에도 마음이 쓰여, 길을 가다가 거리 정원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고, 가로등이 깨져 있으면 신경이 쓰이고, 어려운 분들이 보이면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예전 같으면 대부분 ‘안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도도 안 해보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그래도 한번 해보자.’라고 긍정적으로 마인드가 바뀐 거 같아요. 시작한다고 일이 다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되는 것도 있더라.’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잘 될 수도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만약에 마을 활동을 하면서 집에 가서 짜증만 내면 가족들이 반대할 거 아니에요. 제가 마을 활동을 하면서 많이 웃는 거 같아요. 예전보다 활동하면서 확실히 밝아졌어요. 그러니 가족들이 잘 지원해줍니다. 활동을 많이 하면서 긍정적이고 밝아진 것만 해도 개인적으로 큰 소득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분들께도 마을 활동을 권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뭘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하냐고 하는데 지나고 나면 뿌듯함도 많잖아요. 마을을 다니며 ‘이게 우리가 한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절로 뿌듯해져요. 동네 어르신들이 전화하면 좋아해 주시는 것, 마을 정원만 봐도 기뻐지는 것 등,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각자 저마다의 생활에 분명히 보탬이 될 거예요.

Q. 나와 단체의 활동으로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많은 분의 노력으로 마을 활동을 시도함으로써 거리도 활기차지고, 주민들의 마인드도 한층 밝아지고, 쓰레기도 줄어들어 동네가 깨끗해졌어요.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것은 공공 시설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져 가는 거 같아요. 그런 것도 변화라면 변화잖아요. 쓰레기도 덜 버리게 되고, 마을 정원에 꽃을 심어 놓으면 간혹 지나가다 뽑아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예쁜 꽃을 심어 두시는 분들도 계시고, 물을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한 번에 큰 변화보다는 어렵지만 작은 변화가 지속하다 보면 사람들 마인드가 점점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게 뿌듯합니다. 어차피 한 번에 좋아지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계획이라기보다 바람이 있어요. 다른 동에는 단체들 공간이 있더라고요. 주민자치위원실이 동행정복지센터 내에 있긴 하지만, 주민들만의 공간이 따로 없어서 거점을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어렵고 힘들더라도 우리 끼리 모일 수 있는 공간. 구석이든 조금 허술한 곳이든 괜찮으니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민들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요. 딱딱한 분위기에서 어렵게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디어도 안 나오는데 만나서 수다를 떨면 아이디어도 나오더라고요. 선부3동에도 꼭 그런 공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만 몇 명이라도 같이 모여 책을 활용한 독서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집을 낭독하고 토론해 보고, 감명 깊었던 책을 서로 소개도 하는 그런 활동들을 해 보고 싶어요. 블로그에서 읽은 책의 서평을 쓰고, 안산 중앙 도서관 시민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안산시민들에게 책 읽기를 독려하고 있어요. 주민들과 마을일 뿐만 아니라 책으로도 만나게되어 너무 좋고 뿌듯해요. 그래서 소소하게라도 뜻 맞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만들어 진다면, 저의 바람인 거점공간에서의 활동까지도 이루 어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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