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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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숙

선부1동,

선부1동 마을만들기 주민협의회

“낯가림이 심했었는데, 사람을 많이 알게 되고,

어르신들을 통해 같이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게 됐어요.

마을이 깨끗해진 것도 좋지만

사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Q. 안산과 선부1동에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 게 되었나요?

큰아이가 6살 때 선부1동으로 이사 오게 되었어요. 연립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차도를 건널 필요가 없어서 그게 제일 좋았거든요. 제가 다른 동네에서도 많이 살아 봤는데 선부동은 주민 간에 정감이 있어요. 요즘에는 옆집, 앞집을 잘 모르고 사는데, 선부1 동은 처음 이사 왔을 때도 애들 데리고 나가면 이웃들 하고 같이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뭐 이런 정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계속 살게 된 것 같아요. 전에 살던 시흥도 마을 분위기는 비슷했는데, 저희 아이들 또래가 없어서 또래 엄마들보다는 어르신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여기 안산에 이사와서는, 처음에는 저희 아이들 또래가 많았지요. 집 앞에 나가면 아이들이 함께 놀고 그래서 좋았는데, 차츰 아이들 있는 집은 이사를 가고, 지금은 어르신들이 많이 남아 계세요.

 


Q.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나요?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했구요, 임기가 끝난 후에는 ‘선부1동 마을만들기 주민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선부1동에는 매년 축제를 개최해요. 스마일 페스티벌, 가을맞이 축제처럼 다양한 축제가 열려요. 그동안 주민자치위원회 주최로 아파트단지나 학교에서 동 단 위의 축제를 했는데, 처음으로 주민협의회가 2018년에 주체가 되어 마을 단위의 축제를 했어요. 그게 바로 ‘스마일 페스티벌’ 이에요. 선부1동에서 그해 가장 큰 축제였죠. 저는 페스티벌 사회를 맡았는데, 1부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 작품발표를 하고, 2부에서는 비빔밥 퍼포먼스를 통해 주민협의회 활동을 함께 보여 드렸어요. 마을 부스에서 마을 조사도 병행했고요.

     마을 공모사업 중에 주민과의 화합을 위해 2019년 부터는 ‘한 식구 되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주민 간의 갈등을 푸는 제일 좋은 방법은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꽃 심는 활동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 먹고 있어요. 해마다 어르신들 과 함께 송편 빚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고요, 작년 여름에는 감자전도 부쳤어요. 이웃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2~3개 연립단지를 묶어서 행사를 했는데, 놀이터에 돗자리를 깔고 천막을 치고, 주민들은 가스레인지와 프라이팬을 가지고 나왔지요. 우리는 그렇게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어요.

     2018년에는 안산시 마을만들기 주민공모사업으로 마을 조사를 진행했어요. 마을 조사를 통해 우리 동네에 쓰레기가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요. 연립단지를 23년 만에 전체 대청소를 진행했는데, 5톤 트럭 4~5대 분량의 쓰레기가 엄청 나와서 주민들과 모두 함께 치웠어요.

     마을 조사 과정을 열심히 하는 중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국토교통부 사업을 연결을 해주었어요. 이 사업은, 우리 마을에서 진행했던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에요. 이웃들 간의 담장을 허물고 유휴공간을 만드는 소규모재생사업을 진행하게 됐었어요.

     소규모재생사업을 통해서 노후화된 놀이터를 고치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도 새로 만들었어요. 그 중심에 마을 주택관리소를 만들었고요. 아파트에는 관리소가 있지만 연립단지에는 각 세대를 관리해 주는 곳이 없잖아요. 그래서 노후 된 광운놀이터 한 쪽을 정비해서 관리소를 설치했어요. ‘마을관리소’는, 주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반상회 같은 시간을 갖기도 하고, 아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마을사랑방 같은 소통공간이에요. 우리는 그 공간에서 운영할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어요. 마을 조사를 하며 주민들이 원했던 프로그램으로, 지금은 ‘마을 골목 예술 학교’를 운영하고 있어요. 주민들과 함께 목공을 배우기도 하고, 커피 학교를 열어 커피 내리는 법도 배우고 손뜨개를 함께 하기도 해요. 커피 수업은 벌써 3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이에요. 커피 학교에서 배워서 지금은 다들 잘하세요. 별망성 예술제나 선부리 축제, 선부1동 단체 송년회 등등에서 핸드드립 커피 무료 시음회 같은 재능 기부를 함께 하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어요.

Q. 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처음에는 마을 활동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학부모회로 학교 활동을 하다가 2012년경에 주민자치위원회와 연결이 되었어요. 저는 문화체육분과장으로 활동하며, 동네 축제에서 아이들 놀이 활동을 맡았어요. 그러던 중, 마을만들기 주민공모사업 ‘마중물’ 단계로 마을 활동을 처음 접하게 된 거지요. 주민자치위원회 임기가 끝나고, 주민협의회가 구성되었어요. 주민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셨던 이광심 회장님께서 함께 임기를 마치고, 마을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자고 ‘선부1동 마을만들기 주민협의회’를 구성하셨고, 저에게 간사로 함께 하자 제의를 주셨어요. 고민하던 중 회장님을 믿 고 함께 마을 활동을 하기로 했지요.

     주민협의회에서 마을 조사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선부1동 마을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었어요. 마을 조사 과정을 함께 계획했고, 주민들과 함께 열심히 움직였지요. 올해에는 마을계획의제를 실행하는 단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마을 활동하면서 제일 좋은 것은 ‘사람’을 얻은 것이 에요. 저는 낯가림이 심했었는데, 사람을 많이 알게 되고, 어르신들을 통해 같이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게 됐어요. 마을이 깨끗해진 것도 좋지만 사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집에만 있던 엄마가 학교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마을 활동까지 넓혀서 활동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특히, 고2 큰딸은 행사 때 마다 함께 다니면서 저를 도와줘요. 마을 활동가처럼 아예 저랑 같이 다녀요. 그 나이 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마련인데 큰딸은 어른들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해 요. 같이 부침개 부치고, 꽃 심고, 목공 수업도 듣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함께해요. 스마일 페스티벌에서 비빔밥 퍼포먼스 도중에 그릇 틀이 휘청휘청한 적이 있어요. 그때 딸이 무대 뒤로 들어가서 틀이 부서지지 않도록 그걸 붙잡고 있는 것을 보고 무척 감동받았어요. 가족들은 제가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나가서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외출할 때 가족들이 옷도 코디해 주고, 마을 활동 할 때 남편도 와서 도와주곤 해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행사준비를 위해 장을 보고, 음식 하고, 치우느라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하고 나면 쾌감 같은 게 있었어요. 맥주 한잔 하면서 함께 뒤풀이할 때 주민들과 무엇인가 함께 했다는 것에 만족해하면서 감격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없는데 마을관리소 문제로 주민 간 갈등 이 있어서 이런 부분이 제일 힘들어요.

     사업 시작할 때 설명회, 오리엔테이션, 디자인대학도 열었는데, 그때 참석하지 않으신 분들이 사유지에 왜 관리소를 설치하냐고 반대하세요. 관리소 주변이 전보다 더 깨끗해지고 관리가 잘 되고 있는데, 그 부분 보다 자기들의 공간을 다른 단지 주민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으신 거예요. 한 분께 설명하면 또 다른 분이 오시고, 동에 민원 넣어서 안 되면 시에 민원 넣고, 한 사람이 화가 안 풀리면 또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 민원을 넣고. 사업을 제일 반대하셨던 분이 사업을 이해하게 되어 우리와 함께 주민들을 설득시키다가 주민 간에도 갈등도 다시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갈등을 풀어가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계속 설명해야겠죠.

     올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마을 한 식구 되기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민 간에 만날 일이 없으니 갈등이 더 쌓이는 것 같아요. 지금 코로나 대응 단계가 조금 완화되었을 때 빨리하려고 해요. 다음 달 초부터 부침개 부치러 갈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마스크 끼고 대화하면서 부침개 부쳐서 각자 집에 가져가서 먹게 하려고 합니다.

Q. 마을 만들기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성격 변화가 가장 커요. 지금은 모르는 분한테도 말을 걸 수 있게 됐어요.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루에 네 시간 씩, 지금까지 8년째 봉사하고 있어요. 점점 변하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특히 최근 3년 동안은 간사로 활동 하면서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주민들하고는 마을 활동할 때만 만나는 게 아니라 각양각색의 주민들과 커피 마시고 밥도 먹으면서 어울리게 됐어요.

     그 덕분에 마을 조사 단계부터 설득보다는 “그냥 나와 보세요.” 하면서 같이 활동할 사람을 모아요. 새로 오신 분들이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도 나오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편하게 느끼시죠. 한 시간 동안 설명 듣는 것보다 일단 나와서 보고 느끼는 게 훨씬 빨라요. 보신 분들은 좋아하시고 그러다 보면 그분들도 활동가 가 되시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기 계발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엑셀을 못 했는데 회계를 하면서 따로 배우게 되었어요.

Q. 나의 활동으로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우선 마을이 깨끗해졌어요. 30년 된 연립이다보니 건 물이 낡고, 건물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는데, 주민들과 대청소를 해서 깨끗하게 됐어요. 주민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되신 분들이 단지별로 있었는데 주민들을 불러 모으고, 사비를 모아서 수박이랑 아이스크림을 사서 간식으로 드리기도 했죠. 단지별로 6~7명, 작은 단지는 3~7명 정도 모여 60명 남짓 나오셨어요. 이렇게 한 번 깨끗이 치우고 나니깐 이제는 주민 스스로 조금이라도 쓰레기가 있으면 치우시더라고요. 담장을 정리하고, 꽃도 심어서 다들 좋아하세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담장에 철조망을 쳐 놓고, 담장 허무는 것도 반 대하고 그랬는데, 막상 담장을 허물고 나서 이웃집을 편하게 가고, 정류장도 가까워졌다고 좋아하세요.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통해 같이 청소하면서 주민들이 이웃과 친해졌어요.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음식을 나누면서 이웃에게 관심도 갖게 되었구요. 주민협의회에서 하는 마을 활동을 통해 커피를 처음 접해 본 가정주부가, 본인 스스로 금액을 더 지불해서 자비로 배움을 지속하고, 기구도 갖춰서 이제는 전문가가 되셨을 정도예요. 자기 계발하시는 거죠. 주부들이 6년 차 커피를 매개로 축제, 행사를 통해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며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일단 마을관리소와 관련해서 마을 주민들의 갈등을 푸는 일이 먼저예요. 그런 다음 우리 스스로 사업을 하고 사람을 모을 수 있게 되어야 하겠죠.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은 원래 마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지원해주는 사업이라고 알고 있어요. 앞으로 재건축으로 주민 간의 갈등도 많아질 텐데, 그 때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화합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에 공모사업에 다른 것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배운 게 있잖아요. 우리가 배운 것을 통해 다른 주민들에게 또 다시 환원하는, 재능 기부하는 방향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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