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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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아

선부2동, 석수골 작은도서관

“우리는 늘 변화를 추구해요.

마을 활동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동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 삶의 주체로 변화되었다는 것이에요.

Q. 안산과 선부2동에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게 되었나요?

선부2동에 들어와서 마을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제가 안산 YMCA 실무자를 하게 된 거였어요. 12년 전 임은아 선부2동, 석수골 작은도서관 YMCA에서는 공간 중심, 시설 중심 사업들을 많이 진행했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시민교육을 진행하며 시민들과 함께 활동했어요. 그러던 중 안산시(좋은)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생겼고, YMCA도 마을로 내려 가서 생활 정치를 하는 고민들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고민 중 하나가 도서관이라는 것을 매개로 해서 문화 소외지역, 선부2동에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처음에 선부동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을 만들었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선부2동은 문화적인 시설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문화적으로 굉장한 불모지였지요. 2007년 저희 도서관이 들어오게 되고, YMCA에서 마을 활동을 시작으로 제가 선부2동과 만난 계기가 된 거죠.

 


Q.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나요?

'석수골작은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이라고는 하지만 규모만 작을 뿐, 일반적으로 도서관에서 하는 일을 다 수행하고 있어요. 작은도서관은, 도서관에 마을을 더해 가는 거예요. 접근성이 좋잖아요. 마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거죠. 그러다보니 도서관이라는 고유역할을 하면서 마을 안의 주민들을 만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도서관이 위치해 있는 그 지역, 그 마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 거죠.

     작은도서관에는 인력이 별로 없어요. 관장, 사서 둘 뿐이에요. 그럼에도 꾸준하게 마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런 공간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주민들이 참여 하고 “마을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아이들에 게 무슨 교육을 해볼까?”라는 자연스러운 논의의 장이 되고 있어요.

     작은도서관은 마을 안에서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마을만들기 운동의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된 거랍니다.

Q. 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YMCA부터 시작했는데, YMCA를 시민단체라고 표현을 해요. YMCA가 시민사회를 위한 역할들을 많이 해왔어요. 그 시민단체도 분야별로 많이 나누어지는 시기가 오는데, 그런 시기의 흐름 속에서 도서관도 마을 방향의 전문적인 분야로 인큐베이팅 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마을만들기 운동의 첫 번째는 시민참여, 주민참여예요. ‘주민에게 가까이 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무엇일까? 마을 안에서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활동들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 속에서 마을로 오게 되었던 거죠. 도서관이 거점공간이 된 거예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도서관이 지금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경일고등학교에서 무상으로 공간을 내주어서 도서관이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그때 도서관을 만들면서 함께하는 활동으로 2008년에 ‘마을정원사업’을 시작했어요. 마을정원사업과 도서관이 함께 일을 하게 된 거죠. “마을만들기 운동이 뭐야?”라고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마을만들기 운동이 무엇인 지 고민을 하면서 활동했지요.

     마을만들기 용어를 잘 몰랐을 때, 큰 상까지 받았는 데 굉장히 기쁘고 좋았어요. 지금 보니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많이 성장했네요. 마을환경이 많이 변화되었고, 주민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마을을 위해 함께하는 역할이 만들어지니,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던 거 같아요. 도서관이 경일고등학교 공간에서 나가게 되었을 때, 주민들이 모여 도서관이 없어지면 안 된다 해서 지금 이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마을사업을 하다 보면 이해충돌이 일어나잖아요. 주민 사이에서도 이해충돌이 일어나고, 주로 주민과 주민 사이인 거죠. 공동체로서 서로 좋을 때는 문제가 없어요. 좋을 때는 다 좋죠. 어떠한 이해충돌이 일어나고 갈등이 생겨나면 이걸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나가는가에 따라 공동체가 유지되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주민들이 다들 서로 친하니 문제가 일어나면 주민들이 잘 해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주민들이라 그런지, 갈등상황이 벌어지면 서로 이야기를 더 못하더라고요. 안 좋은 얘기를 못 하는 거예요. 늘 얼굴을 마주 대하고 사니 나중에 얼굴을 못 보게 될까봐 서로 불편한 이야기를 말 못 하는 거죠. 공식적인 회의 시간에는 아무런 말씀 없으시다가 나중에 불만을 얘기하는 거예요. 민주주의에 입각한 결과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실제로 훈련이 잘 안되어 있다보니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회의하고 결정하여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 을 따라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내가 저 사람의 의견에 반대 해서 자기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내 의견에 반대했어.’, ‘기분 나빠.’ 이렇게 되는 거예요. 회의는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 해결하기 위해 하는 건데 그러한 훈련이 잘 안 되어 있다 보니 힘들었지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말’이라는 게 신기하게도 옆으로 옮겨가는 순간 a 가 b, c, d가 되어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이 생길 때는, 공식적으로 질의했을 때에만 답변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웠어요. 경직된 원칙이 아니라 민주적인 시스템, 공적인 시스템으로 흘러간다는 것이죠. 또, 근거를 가지고 계속해야 해요. 그럼에도 힘들어요. 갈등이 고조되고 갈라서는 일이 생기지요.

     마을정원 활동을 하면서 사적 영역을 공적 공간으로 만들어 보기 위해 움직였는데, 주민들 사이에 각자 다른 견해로 갈등의 소지가 생기기도 했어요. 그래도 원칙적으로 진행했던 거죠. 주민들의 갈등이 심할 때는 활동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어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데 오히려 갈등을 불러오는 것 아닐까?’ 라는 회의감이요.

     지금은 활동가들이 많아졌잖아요. 마을활동 이외에 피로감, 위기감 같은 것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활동가가 스스로 고민하는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많잖아요. 저는 이곳에 거주하지는 않아요. 직업으로 함께하고 있어서 마을 분들이 하시는 활동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겠죠. 한때는 그만둘까 고민도 했었어요. 우리의 마을만들기 운동방식에 대한 고민도 했고요. 힘들지만 이렇게 함께하는 주민참여가 핵심이에요.

     주민의 의견이 모두 옳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의사 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주민들이 생기고 떠나는 주민들이 생기고, 목소리 큰 사람들을 참아줘야 하는 상황도 생겨요. 주민들이 참여 하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의사결정의 중요함이라고 생각해요.

Q. 마을 만들기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마을활동이라는 게 주민들이 어쨌든 내 삶을 바꾼다는 의미인 거잖아요. 그건 나도 바뀌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이웃 환경, 안산, 전국 이렇게 바뀌게 되는 거예요. 그러한 바뀜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늘 변화를 추구해요. 마을 활동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동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 삶의 주체로 변화 되었다는 것이에요.

     제 개인적으로는, 도서관이 인생에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새로운 운동 방향 을 고민했을 때 도서관을 만난 게 큰 전환점이었어요. 만약 도서관이 아니었다면 다른 일을 했을 겁니다. 도서관에서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YMCA 활동이 토대가 되어 마을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은 여전히 즐겁게 하고 있죠. 때때로 힘들고, 지루할 때도 있지만 이건 할 만한 일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여전히 무엇인가 시도해 볼 수 있고, 그래서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도서관 일이에요. 마을만들기 운동이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고 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어요. 마을 주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런 과정에서 주민들과 저, 도서관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요. 마을 아이들을 마을 어른들이 돌봄과 교육을 책임진다는 가치들을 실현하려고 했던 것이 떠올라요. 제도권 내의 교육 말고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인 놀이, 생태환경 그리고 나눔이란 무엇인지, 책을 통해 생각을 키워가는 것 등이 있네요. 이런 것들은 학교 안에서만 배우기에는 부족한 거잖아요.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함께 채워나가는 것이겠죠.

Q. 나의 활동으로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10년 동안 마을에 많은 환경변화가 있었어요. 마을 정원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마을정원이 있구나.’ 하는 인식변화도 있고, 재건축으로 정원이 있던 집이 없어지기도 했어요.

     주민들과 마을만들기 활동에 참여하고 도서관에서 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하기도 하고요. 눈에 보이는 환경은 아니지만, 마을 안에 보이지 않는 문화환경이 중요하다고 봐요. 문화적인 핵심은 이웃들과 서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주민들이 우리 동네가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정도 있고, 도서관에서 서로 만나고 축제를 하고, 때로는 떡 썰기도 하고, 모여서 공연도 함께 보다 보니 ‘우리 동네 괜찮아.’라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모두 뿔뿔이 흩어져 각박히 살아가고,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마을에서 누군가가 나를 환영하는 곳이 있다는 것, 만나면 반가워하고 인사하고 같이 무엇인가 하자고 손을 맞잡는 내가 존중받는 느낌이 중요한 거죠.

     ‘마을이 학교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거기에는 마을에 있는 어른들이 교육하고 돌보는 그런 아름다운 공동체가 있지요. 예전에는 마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움을 주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사라졌어요. 마을 활동을 하다 보면 서로 얼굴을 알게 되고, 내가 아는 사람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잖아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마을 활동이 되어 보이지 않는 마을안전망이 되는 거죠.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매일 주민을 만나고 주민들과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일. 소소하게 우리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앞으로도 하고 싶어요. 우리 마을 주제가 마을 정원이잖아요. 마을정원을 주제로 인형극을 만들고 있어요. 코로나 시기에 아이들을 만나기 어려워 인형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만날 수 없는 어려움, 코로나시기에 달라진 환경에 당황만 하고 있지 않고, 그 안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한다 생각해요.

     또 하나, 사회적 서비스를 당당한 일자리로 만들고 싶어요. 선부2동에는 나홀로 사시는 주민들이 많아요. 작은도서관과 마을에서 여성들이 하는 이런 일들이 마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그 여성들의 마을 활동을 일자리로 함께 만들고 싶어요. 성인 남성들은 모두 직장과 일터, 그리고 청소년들은 학교,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가 계시니 그러다 보면 여성, 주부들이 마을에 남아 있게 되는 거예요. 늘 다양한 세대를 마을에 참여하게 하고 싶은데 사회 구조상 어려움이 많고 힘든 거예요. “왜 이렇게 안돼?”라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부들이 경제적 수익만이 아닌 사회적 가치가 있는 활동에 의미있게 참여해야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역할을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고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거죠.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사회 전체적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당당한 일자리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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