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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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진

​고잔동, 고잔동 주민자치위원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너 내 아들이랑 동갑이다.” 하면서 놀리시곤 하는데

“언니, 언니” 하면서 세대차이 없이

잘 어울리고 있어요.”

Q. 안산 고잔동에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게 되었나요?

저는 원래 경북 안동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2007년 결혼하고 나서도 한동안 주말부부로 살다가 임신하고 나서 남편을 따라 안산 고잔동에 왔어요.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라 고잔동 내에서만 맴돌았어요. 고잔동에서 10년째 살고 있는데 이웃들과 정이 많이 들었어요. 집, 직장만 왔다 갔다 할 때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이젠 이웃집 아이들이 누구인지도 다 알고 정이 들어서 오래 살게 되더라고요. 아파트와 달리 연립 주택에서는 이웃분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먹고 가라고 하시니까 저도 다가가기 쉬워지고 정이 많이 들더라고요. 신도시는 아이들이 학원가기 바쁜 것 같은데 여기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이들 키우기도 좋은 것 같아요.

 


Q.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나요?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를 맡으면서, 마을 조사, 계획, 실 행을 진행했어요.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축제랑 주민 자치 프로그램, 생일상 차려 드리기, 여름에는 얼음물 전달하는 활동도 했어요. 주민자치위원들은 마을 계획을 조사부터 의제를 도출해서 진행하고 있고, 또 실행도 하고 있어요. 자원순환마을 활동을 한 것 또한 마을 의제 중 주민들의 의견이 많은 일감을 찾은 거였지요. 마을 조사-계획-실행하는 3단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마을의 문제점들을 주민 의견 설문조사를 통해서 가장 많이 나온 일감을 찾았어요. 5대 의제로 선포하고, 교통 문제와 쓰레기 문제를 우리가 조금 이라도 해결해보자며 활동하고 있어요. 한 구역 정도 시범으로 운영하고 잘되어지면 점차 확장해 가려고 진행을 하고 있죠.

     일촌가드너라고 하는 마을 정원 사업과 자원순환 마을만들기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문화마을후원회에서 고잔동 마을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작년부터 고잔문화복지센터 ‘쉼과 힘’에서 주민들을 위한 반찬 서비스 봉사활동도 하고 있어요.

     마을정원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꼬마정원사 사업도 했어요. 아이들이 정원에서 실습도 하고, 동네 청소도 하고, 특히 놀이 중심으로 수업을 하니까 아이들이 좋아했고, 정원과 관련된 요리 수업을 병행했더니 꾸준히 참여하더라고요. 허브를 직접 재배해서 만든 차 마셔 보기, 정원 가꾸기 관련 동화책 읽기, 그림 그리기, 간단한 요리 등을 했어요. 아이들은 그중에서 요리를 제일 좋아했어요. 무순이나 새싹 나물을 직접 길러서 그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니깐 채소를 안 먹 던 애들도 맛있다며 잘 먹더라고요. 아이들이 정원관리를 하며 직접 심은 화초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기도 했고요. 친구들 앞에서 우쭐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하고 나면 확실히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끼 고, 리더십이 길러지더라고요.

     자원순환 마을 활동은, 쓰레기 분리배출설명서와 빗물 저금통 등 다양하게 우리 동네 자원을 낭비없이 재활용 할 수 있는 사업을 많이 했어요. 그중 2018년 에 쓰레기통을 만든 적이 있어요. 큰 포부를 갖고 만들 었는데 잘 활용이 되지 않아 다시 큰 포부로 청소 용구함을 제작하였어요. 제설용품도 넣고 집게도 걸어서 만들었는데, 이 동네 특성상 골목이 좁아서 놓을 장소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치우고 말았죠.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이번에는 잘 보완하여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요.

     또, 마을해설사를 양성해서 마을 여행 코스를 짜고, 416 기억교실부터 마을을 해설해주는 그런 교육을 진행 중이고 거의 마무리하고 있어요. 아직 코스를 계획 중이에요.

Q. 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하게 되셨습니까?

저는 예전에 마을 일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워킹맘 이 었어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만 있다가 동행정복지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마침 거기에서 만난 이웃집 언니가 제 성격에 맞을 것 같다면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을 한번 해보라고 권하더라고요.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그때가 2018년이고,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바로 간사를 맡았어요. 처음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죠. 그리고 일단 기존에 이미 진행해오던 마을사업을 했어요. 그런데 활동을 할 때마다 힘들어서 ‘내년에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니까 계속하게 된 거예요. 지금은 마을 활동을 점차 늘려가고 있어요.

     남편도 하고 싶은 거 해보라면서 많이 지지해줘요. 남자 힘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남편이 도와주고 있어요. ‘꼬마정원사’ 같이 제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하니까 우리 아이들도 좋아해요. 아이들이 ‘엄마 멋있다’라고 할 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지금은 큰 애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터 활동을 해서 다들 고잔동이 키워낸 아이라고 농담하고 그래요. 행사 때마다 저희 아이들이 항상 함께 하거든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제 눈에 결과물이 예쁘고 사람들이 “누가 이 사업을 했는지 잘했네.”라고 할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차요. 그런 말을 들으면 어느새 힘든 것도 잊혀지고 더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고잔동은 416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나오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고 그럴 때 마침 정원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참여하는 주민들이 1~2명에서 20명 정도로 늘어났어요. 단원고등학교 주변, 인근 빌라 단지로 점점 넓혀 정원을 만들고, 공동체 정원이랑 마을 안에 있는 정원들 모두 주민들 손으로 가꾸었지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우니까 꽃을 심으면 죽어서 그게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열심히 관리했지요. 상까지 받으니 뿌듯했어요. 지난 10월에도 산림청에서 ‘아름다운 정원상’을 받았는데, 둘 다 2017년부터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마을 정원을 함께 가꾸어 온 부분이 높이 평가되었던 것 같아요.

     자원순환 마을 활동에서 빗물 저금통이란 걸 만든 적이 있어요. 그때 일일이 그림을 그리고, 색칠한 빗물 저금통을 만들었지요. 그것을 놀이터에 설치해놓으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애들이 거기서 손을 씻기도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빌라 안에 있는 정자 마루 밑에도 통을 설치해놓았는데 주민들이 정자가 밝게 변했다고 하시면서, 화단에 물 줄 때도 편하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니 뿌듯해요. 저희가 빗물 저금통 을 14개 정도 만들었는데,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낸 것 이라 더 뿌듯했어요.

     이렇게 마을 활동은 함께한다는 것 같아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힘든 게 있다면 사람을 모으는 게 제일 힘들어요. 봉사라는 게 하다 보면 지치고, 직장 때문에 못 하게 되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옆에 있는 사람까지 같이 못 하시고 그러더라고요.

     이웃 간에 갈등도 생기고 이렇게 갈등이 생길 때에 는 제 역할은 ‘들어주기’였어요. 들어주기만 해도 해결이 되는 것 같아요. 몸으로 힘든 것은 감당할 수 있는 데 사람 때문에 힘들면 그건 정말 힘들잖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연륜이 있으시다 보니까 길게 가지 않고 오늘 싸워도 내일 되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하니까 괜찮죠. 마을에 인자하신 분들도 많고요. 초창기에는 제가 동네에 대해서 모르고, 주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잘 몰라서 힘들었어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너 내 아들이랑 동갑이다.” 하면서 놀리시곤 하는데 이제는 세대 차이 그런 거 모르고 살아요. “언니, 언니” 하면서 저도 잘 어울려요. 제가 젊은 사람보다 윗분들이랑 잘 통하는 성향을 갖고 있나 봐요.

Q. 마을만들기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엄청난 변화가 있었죠. 직장 다니고 아이들 키운 것 밖 에는 모르고 살았어요. 내성적이고 낯가리는 성격이었는데 제가 하는 일이 바뀌다 보니, 떠들고 다니는 활발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집에만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마을 활동하면서 오히려 혼자 있으면 외롭고, 밖에 나가게 되더라고요. 마을 활동을 하면서 제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성격이 변하게 된 거죠. 주변 분들이 장난도 잘 받아주시고 이미 마을 활동을 하시던 분들이라 마음이 열려 있으셔서 제가 잘 어울리게 된 것 같아요.

     마을 활동을 하면서 듣는 얘기도 많고, 이웃들이 반겨주고 해서 소통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간단히 목례만 하고 지나가고, 가끔 슈퍼만 가니까 슈퍼 주인도 제 존재를 몰랐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마을 일을 하면서 많이 만나고 돌아다니며 존재감이 드러 나는지 이웃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면서 밝아졌어요.

Q. 나의 활동으로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큰 변화는 마을 정원을 가꿔서 마을이 예뻐졌어 요. 그리고 자원순환 마을 활동을 통해 거리가 깨끗해졌어요. 어느 순간 빌라 단지에 외국인들이 많이 유입 되면서 쓰레기가 골치였는데, 외국인도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 안내판을 만들어 부착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그동안 외국인들이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몰라서 검정 봉지에 담아서 쓰레기를 버린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글로 써서 벽보를 아무리 붙여도 안 됐던 거예요. 담벼락, 전봇대에 그림으로 만든 안내 스티커를 붙이니까 그제야 쓰레기가 조금씩 줄더라고요. 외국인들이 검정 봉투를 들고 나왔다가 안내 스티커를 보고 다시 들어가시는 것도 보았어요.

     다른 변화라면 매월 발간되는 마을 신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어요. 어른들 대상 신문 관련 프로그램과 어린이 대상 꼬마 기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민들도 마을신문에 관심을 많이 기울여 주시더라고요. 매 월 마을 신문에 동네 이슈를 1면에 싣고, 행사나 단체 활동, 동네 관련 이야기나 동네 풍경 사진을 넣었어요. 동네 행사 결과 보다는 행사 개최 정보를 많이 다루니까 요즘엔 주민들도 마을 신문을 잘 보시더라고요. 실제 마을 신문에 난 행사 정보를 보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예전에 신문을 잘 안 봤 는데, 제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다 보니 우리 마을 신문 은 꼼꼼하게 다 보게 되더라고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고잔동 소생길에서 팜파티를 할 예정이에요. 최대한 방역 지침을 지켜가면서 소생정원에서 축제처럼 음식도 해 먹고, 체험 프로그램을 하려고요. 정원을 예쁘게 꾸며서 홍보도 하고,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내년에 새로 지은 청사에 입주하면 프로그램 활성화하는 게 가장 큰 건이고, 일촌가드너 사업과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도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동네 한바퀴 마을조사지원가 활동을 하다 보니 다른 동네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동네 실정에 맞게 접목해서 밝은 동네를 만들고 싶어요. 마을 주민 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사랑방처럼 공유 거점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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