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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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연

안산동, 온새미로

“아줌마에서 선생님으로 성장했어요.

옆집 아이, 그 아이의 친구들이 마을에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안산과 수암동에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살게 되었나요?

저는 고향이 안산입니다. 결혼해서도 중앙동에 살다가 건물들이 많아 동네가 답답하고, 살고 있던 아파트가 오래돼서 이사할 곳을 찾다가 수암동을 알게 되었어요. 수암동은 산과 들이 많고, 한적한 곳이라 마음에 들었고, 넓은 새 빌라에 살 수 있어서 옮긴 후로 15년 째 같은 곳에서 살고 있어요. 저희 빌라 입주했을 때는 외지에서 들어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이제는 15년을 같이 살다 보니 가족처럼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을 시작하고, 마을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주민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고, 내 마을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Q.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나요?

저는 온새미로, 취암봉 독수리, 꿈꾸는 마을 공방 이렇게 세 곳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온새미로는 안산동에서 2016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입니다. 온새미로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플리마켓을 열고, 마을 축제를 하고, 아이들과 체험활동이나 역사 기행을 다닙니다. 플리마켓은 일 년에 네다섯번정도 주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장소는 계절에 따라 마을 안에서 예쁜 곳으로 정해서 하고 있어요. 1년의 처음은 벚꽃이 제일 예쁘게 피는 안산초등학교 벚꽃 정통담장 길에서 시작합니다. 취암봉 독수리 단체는 온새미로의 회원이 점점 많아지고, 운영진도 많아서 사업 진행할 때 눈치를 봐야 할 때가 생겼어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 는 방향대로 추진해 보기 위해 만든 단체이고요. 우리 마을의 역사와 생태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꿈꾸는 마을 공방 역시 온새미로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보시면 돼요. 좋아하는 취미가 맞아서 같이 활동하게 된 단체로 가죽공예와 목공을 하는 공방입니다. 세 단체에서 특별히 제가 하는 일이라면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마을 활동의 처음은 우리 마을 생태 역사를 담은 리플렛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마을에 별관심이 없었어요. 마을에 사는 주민과 관계 맺고 잘 지내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학부모가 학교일을 열심히 하면 학교에서 알아주려나 하는 마음에 학교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연수를 들으며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닫고, 이왕 나왔으니 나를 위해서 배우며 활동해보자고 마음먹었 어요. 그리고 숲속 놀이터에 보조 선생님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냥 주부고 아줌마인 나에게 아이들이 선 생님이라고 불러주니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주도적으로 선생님이 되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보조 인력으로 숲속 놀이터에 갔었는데 환경재단, 시화호 생명 지킴이 등에서 교육을 듣고 다음 해부터는 메인 강사가 될 수 있었어요. 그 후에도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틈틈이 교육을 받으러 다녔어요. 자연과 나눔에서 노적봉 생태계획 연수도 받았고, 시화호 생명 지킴이 갈매바람 수료도 하고, 환경재단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그냥 주부로 옆집 아줌마와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다가 밖에 나와서 무언가를 배우는 희열이 컸죠. 제가 성장하는 것 같아서 멈출 수가 없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더욱 좋아요.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제일 기억에 남는 행사는 작년에 객사(客舍)에서 있었던 썸머 페스티벌이에요. 저희 마을은 어떻게 보면 고립되어 있어요. 안산인데도 불구하고 수암동이라고 하면 잘 모르시고, 교통도 많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놀 곳이 많이 없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신나게 놀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계획하게 되었어요. 아직까지 잊 을 수 없어요. 아이들 1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온새미로 운영진들과 마을 청소년 봉사자들이 진행했어요. 낮에는 신나게 물총 놀이하고, 밤에는 스크린을 설치 해서 영화를 보여줬어요. 그리고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귀신분장을 해서 담력훈련 체험까지 즐겼어요.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끝났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지원 사업 없이 마을에서 우리끼리 진행했어요.

     썸머 페스티벌 행사는 지원사업없이 진행해서인지 제일 기억 남고 가슴을 뜨겁게 만든 것 같습니다. 주최하는 어른들도 즐기고 아이들도 정말 신나게 놀 수 있 는 행사였어요. 참가자들도 매우 만족해서 언제 또 하는지 많이 물어봅니다. 올해도 코로나만 아니면 진행 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내년에는 꼭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Q.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행정 처리가 제일 어려워요. 지원 사업 없이 자생할 수 있으면 사실 제일 좋은데, 수익을 바라보고 하는 활동이 아니라서 지원 사업 없이는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사업예산으로 내부 인력 인건비를 받을 수 없는 제일 힘들어요. 사실 일하는 사람들은 다 내부인이잖아요. 그래서 지쳐 떠나려는 회원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리고 분명 단체에 대한 방향성은 같은데 종종 실행할 때의 방식에서 차이가 생길 때가 있어요. 그렇게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과의 생각의 차이를 느낄 때 조금 힘들어요. 온새미로 식구들과 같이 활동한 것이 숲속 놀이터 1기부터 7~8년 정도 됐어요. 조금 힘든 감정이 있다가도 그건 공적인 문제이고, 사적으로는 또 서로 속 마음까지 다 터놓고 이야기하고 지내요. 사람이 좋아 활동해서 그런가봐요.

Q. 마을만들기 활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아줌마에서 선생님으로 성장한 것이 제일 크지 않나 싶어요. 매일매일 바쁘게 살고, 이것저것 배우고 배움을 전하는 게 나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배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이런 인터뷰를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 자체가 성장을 증명하는 거 같아요. 작년에 문득 하고 있는 일은 많은데 전문성을 가지고 하는 일도 없고, 자격증도 없으니 조금은 불안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1년 동안 공부해서 가죽공예1급자격증을 땄어요.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만 매여 있을 때는 불평불만에 다른 사람 험담하기에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은 공부하고, 수업 나가고 바빠요. 무료하거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엄마가 마을 활동을 하는 것이 저희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해요. 마을을 떠날 게 아니라면 내가 좋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나로 인해서 내 옆집의 아이, 그 아이의 친구들이 이렇게 마을에서 문화생활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뭔가 그런 것을 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나의 활동으로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목감지구가 생기면서 저희 상권이 그쪽으로 거의 다 넘어갔어요. 동네에는 빈 상가가 많아졌지요. 그래서 플리마켓을 하면 상가에 계신 분들이 사람 사는 동네 같다며 많이 좋아하십니다. 만나면 또 언제 할 거냐고 많이 물어보셔서 다음 주 금요일에도 계획하고 있어요. 저희는 자리만 마련해 드리고 마을 분들이 자유롭 게 참여하세요. 미리 신청하시는 분도 있고, 즉흥적으로 그날 나오기도 해요. 딱지나 인형을 들고나오는 아이들, 미술학원 선생님은 그림을 가지고 나오기도 하고, 본인들의 솜씨가 들어간 작품을 들고나옵니다. 시작한 지 3~4년 정도 되어서 그런지 자율적으로 참여 하고, 자발적으로 뒷정리까지 마무리합니다. 코로나로 플리마켓을 열지 못하는 동안에도 온새미로 밴드 (band) 안에서는 소소한 거래들이 이루어졌어요.

     그리고 우리 마을의 큰 변화 한 가지는 ‘들락날락’이라는 공간이 생긴 거예요. 열린 공간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방에는 텔레비전, 피아노, 컴퓨터도 있어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왔고, 그 다음에는 그 친구들이 친구들을 데려오면서 학원가기 전 잠깐 들르기도 하고, 컴퓨터가 필요한 숙제를 하러 오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어요. 어른들도 얼마 든지 이용하실 수 있는 공간인데 처음 문을 열고 들어 오기가 부담스러우신가 봐요. 대부분 동아리 프로그램으로만 참여하시고 방문하십니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우리 마을의 생태와 역사를 알리고 지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수암마을 전시관도 마을 주민이 지키고 관리 하면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마을 주민들이 마을에서 활동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고 계속해서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을 활동가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고 애향심을 갖게 해주고 싶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수익 창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활동가로 활동하고 활동비도 가져갈 수 있는 기반 마련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현 재 초·중·고등학교 진로체험으로 출강을 많이 나가고 있어요. 교직원 연수나 학부모 연수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이런 저의 재능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함께 활동 할수 있도록 교육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을 공동체 온새미로와 늘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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